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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미생물과 정신 건강의 연결고리: ‘마이크로바이옴-장-뇌 축’의 비밀

by unsere-erde 2025. 8. 30.

장내 미생물과 정신 건강의 연결고리, ‘마이크로바이옴-장-뇌 축’의 비밀

현대 의학과 신경과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입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공생하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과 그 유전자의 집합을 뜻하는데, 장 속에만 약 1,000여 종, 총 세포 수로는 인체 세포 수보다도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들 장내 미생물은 단순히 소화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넘어, 뇌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신경·호르몬·면역 경로를 통해 정신 건강과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를 ‘장-뇌 축(gut-brain axis)’이라 부릅니다.

장내 미생물과 정신 건강의 연결고리: ‘마이크로바이옴-장-뇌 축’의 비밀

1. 장-뇌 축(Gut-Brain Axis)란 무엇인가?

장-뇌 축은 중추신경계, 자율신경계, 장 신경계, 내분비계, 면역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양방향 통신망입니다. 장은 단순한 소화기관을 넘어 ‘제2의 뇌(second brain)’라고 불릴 정도로 독립적인 신경망을 갖고 있으며, 미주신경(Vagus nerve)을 통해 뇌와 실시간으로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위장 운동이 억제되고, 반대로 장내 미생물에서 생성된 대사산물(예: 단쇄지방산, 세로토닌 전구체 등)이 뇌의 신경 전달물질 균형에 영향을 줍니다. 이처럼 장과 뇌는 단순한 상하 관계가 아니라 양방향 조절 시스템을 이룹니다.

 

2. 장내 미생물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세로토닌(Serotonin) 합성

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며 기분, 수면, 식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전체 세로토닌의 약 90%가 뇌가 아닌 장 점막에서 합성되며, 장내 미생물이 그 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정 유익균(예: Lactobacillus, Bifidobacterium)은 트립토판 대사를 조절해 세로토닌 생성을 촉진합니다.

염증 반응 조절

우울증 환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 중 하나는 ‘저등급 만성 염증(low-grade inflammation)’입니다.

장내 미생물 불균형(dysbiosis)은 장 점막 투과성을 높여 ‘새는 장(leaky gut)’을 유발하고, 이 과정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뇌에 전달되어 기분 장애를 악화시킵니다.

신경전달물질 직접 생산

일부 장내 세균은 GABA(γ-aminobutyric acid), 도파민, 아세틸콜린 등 뇌에서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을 직접 합성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Lactobacillus rhamnosus는 GABA 수용체 발현을 조절해 불안 완화 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3. 마이크로바이옴과 정신질환의 연관성

최근 임상 및 동물실험 연구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우울증, 불안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파킨슨병 등 다양한 정신·신경 질환과 관련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울증: 특정 유익균 감소와 장내 염증성 세균 증가는 주요 우울장애 환자에서 일관되게 관찰됩니다.

불안장애: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이 불안 점수를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무작위대조시험(RCT) 결과가 있습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자폐 아동의 장내 미생물 구성이 일반 아동과 뚜렷하게 다르며, 프로바이오틱스 및 식이 개선을 통해 행동 증상이 완화된 사례 보고가 있습니다.

신경퇴행성 질환: 파킨슨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 구성이 질병 초기부터 변화한다는 연구가 있으며, 장에서 시작된 염증이 도파민 신경세포 사멸을 촉진한다는 가설도 제기됩니다.

 

4. 장내 미생물 균형을 지키는 방법

식이 섬유와 발효 식품 섭취

채소, 과일, 통곡물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내 미생물의 주요 에너지원입니다.

김치, 요구르트, 낫토, 케피어 등 발효 식품은 유익균을 직접 공급하거나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촉진합니다.

과도한 가공식품과 항생제 남용 피하기

고지방·고당분 가공식품은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급격히 떨어뜨립니다.

항생제는 감염 치료에 필요하지만, 무분별한 사용은 장내 미생물군을 파괴해 회복에 수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 보충

프로바이오틱스는 직접 유익균을 보충하는 방법이고, 프리바이오틱스(예: 이눌린, 갈락토올리고당)는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합니다.

최근에는 심바이오틱스(프로바이오틱스 + 프리바이오틱스 조합) 제품도 많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생활습관 관리

규칙적인 수면, 스트레스 관리, 적당한 운동 역시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높이고 장-뇌 축 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5. 앞으로의 전망과 결론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장내 미생물을 조절함으로써 정신 건강을 개선하려는 ‘정신생물학적 치료(psychobiotics)’ 개념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유산균 기반 보충제는 임상시험에서 불안과 우울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여주었으며, 미래에는 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정신질환 관리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의 장 속 미생물은 단순히 소화만 담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기분·감정·인지 기능까지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파트너입니다. 장내 환경이 건강할수록 뇌는 더 안정적이고 회복력이 높아지며, 반대로 미생물 균형이 무너지면 정신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집니다.

따라서 균형 잡힌 식단, 발효 식품 섭취, 스트레스 관리 같은 작은 습관이 단순히 장 건강을 넘어 정신적 웰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장-뇌 축은 앞으로 개인 건강 관리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